현대시/한국시

(시)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13. 21:5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던 시이다.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위에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밝히고 밝히고 가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