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24. 13:50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

 

온 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

사오월 우리들에 핀 욕심 많은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만 한 것이 있을라고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귀를 모아본다.

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

온통 즐거움의 소리들이다

그것도 볼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발라서

머리에 송송 도장 버짐이 찍힌 놈들이다.

코를 훌쩍이는 녀석도 있다

금방 지붕 위의 까치에게 헌 이빨을

내어주고 왔는지 앞니 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

조팝나무 가지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 종일 떠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