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시인(1960-)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27. 10:21

   아래의 시는 이희중 시인의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을 읽다가 어떤 시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시인데, 그동안 간직했다가 아래에 소개한다.

 

오늘의 노래이희중 시인(1960-)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 1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균영씨를 기리는 시다. 이만한 반어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 행울지 않겠습니다에 도달하면, 어느새 눈이 젖어 있다난 절대 울지 않아라며내가 울긴 왜 울어라고 뿌리치며, 우는, 그런, 무지막지한 울음이 있다........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