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청소 시간 – 이해인 수녀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30. 14:12

아래의 시는 428일 월요일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心)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청소 시간 이해인 수녀 시인

앞치마에 받은
물기 어린 아침
나의 두 손은 열심히
버릴 것을 찾고 있다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

먼지 낀 마음 말끔히 걸레질해도
자고 나면 또 쌓이는
한 움큼의 새 먼지

부끄러움도 순히 받아들이며
나를 닮은 먼지를
구석구석 쓸어낸다
휴지통에 종이를 버리듯
내 구겨진 생각들을
미련 없이 버린다

버리는 일로 나를 찾으며
두 손으로 걸레를 짜는
새 날의 시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