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오월 연가 – 김남조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5. 3. 10:40

아래의 시는 그저께(51)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오월 연가 김남조 시인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 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 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