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강도에게 주는 시 – 오장환 시인(1918-1951)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30. 14: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재미 있는 그러나 슬픈 시이다. 요즘 말로, 웃픈 시이다.

 

강도에게 주는 시 오장환 시인

 

어슥한 밤거리에서
나는 强盜를 만났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빈 주머니에서 돈二圓을 꺼내들은
내가 어째서 울어야 하느냐.
어째서 떨어야 되느냐.
강도도 어이가 없어
나의 뺨을 갈겼다.
이 지질이 못난 자식아
이같이 돈 흔한 세상에 어째서 이밖에 없느냐.

- 世上의 착한 사나이, 착한 여자야.
너는 보았느냐.
단지 詩밖에 모르는 病든 사내가
三冬치위에 헐벗고 떨면서
詩한수 二百圓
그 때문에도 마구 써내는 이 詩를 읽어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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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는 1946년에 쓰여진 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