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 신동문 시인(1928-199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5. 9. 15:04

아래의 시는 4.19 혁명 때 신동문 시인이 쓴 시이다.

 

!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

                          ― 4·19의 한낮에

 

신동문

 

서울도

해 솟는 곳

동쪽에서부터

이어서 서 남 북

거리 거리 길마다

손아귀에

돌 벽돌알 부릅쥔 채

떼지어 나온 젊은 대열

! 신화(神話)같이

나타난 다비데군()

 

혼자서만

야망(野望) 태우는

목동(牧童)이 아니었다

열씩

백씩

천씩 만씩

어깨 맞잡고

팔짱 맞끼고

공동의 희망을

태양처럼 불태우는

!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들

 

고리아테 아닌

거인

살인 전제(殺人專制) 바리케이트

그 간악한 조직의 교두보

무차별 총구 앞에

빈 몸에 맨주먹

돌알로서 대결하는

! 신화같이

기이한 다비데군들

 

빗살 치는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앞에

돌 돌

돌 돌 돌

주먹 맨주먹 주먹으로

피비린 정오의

포도(鋪道)에 포복(匍匐)하며

! 신화같이

육박하는 다비데군들

 

제마다의

가슴

젊은 염통을

전체의 방패삼아

과녁(貫革)으로 내밀며

쓰러지고

쌓이면서

한 발씩 다가가는

! 신화같이

용맹한 다비데군들

 

충천하는

아우성

혀를 깨문

안간힘의

요동치는 근육

뒤틀리는 사지

약동하는 육체

조형(造型)의 극치를 이루며

! 신화같이

싸우는 다비데군들

 

마지막 발악하는

총구의 몸부림

광무(狂舞)하는 칼날에도

일사불란

해일처럼 해일처럼

밀고 가는 스크램

승리의 기()를 꽂을

()의 심장 위소(危所)를 향하여

! 신화같이

전진하는 다비데군들

 

내흔드는

깃발은

쓰러진 전우의

피묻은 옷자락

허영도 멋도 아닌

목숨의 대가(代價)

절규로

내흔들며

! 신화같이

승리할 다비데군들

 

멍든 가슴을 풀라

피맺힌 마음을 풀라

막혔던 숨통을 풀라

포박된 정신을 풀라고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고

이기라

이기라

이기라고

 

! 다비데여 다비데들이여

승리하는 다비데여

싸우는 다비데여

쓰러진 다비데여

누가 우는가

너희들을 너희들을

누가 우는가

눈물 아닌 핏방울로

누가 우는가

역사(歷史)가 우는가

세계(世界)가 우는가

()이 우는가

우리도

! 신화같이

우리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