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부품部品이 없다 – 홍윤숙 시인(1925-2015)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5. 13. 15:27

   아래의 시는 어제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부품部品이 없다 홍윤숙 시인(1925-2015)

 

어디선가 무시로

바람이 빠지고 있다

내 몸 어디엔가 구멍이 났나 보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되어 흐느적거린다

바람을 넣고 싶다 씽씽 바람을 넣어

다시 탱탱한 튜브가 되고 싶다

누군가 저만치 서서

피시시 실소하며 눈 찡긋거린다

너무 오래된 구식 차형이라

바꿔 넣을 부품이 어디에도 없다

그냥 그대로 움직이는 날까지 끌고 다녀라

그 길밖에 없다고 못을 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