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개꿈 – 오탁번 시인(1943-202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5. 11. 22:0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개꿈 오탁번 시인(1943-2023)


평균 수명 채우려면 앞으로 10,
살아온 날 생각하면
10
년이야
눈 깜짝할 사이인데,
참 이상하다
겨우 10년밖에 안 남은 세월이
무한대無限大로 느껴진다
백수白壽하고 싶니?
참 뻔뻔스럽다

그렇다 뻔히 보인다
짧고 굵게!
젊은 날의 숱진 맹세 죄다 까먹고
흐지부지 살아온 나는
앞으로 어느 날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또 이럴 것이다
곧 사윌 목숨인 줄도 모르고
무한대로 남아 있는 내 생애가
은하수 물녘까지 뻗칠 거라고
개꿈을 꿀 것이다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