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시인(1941-)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6. 29. 11:14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시인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은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 밤 소쩍새 숨 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갈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
유안진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