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8. 18. 19:50

아래의 시는 지난 8월 16일 KBS FM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
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머위 문인수 시인(1945-2021)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