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8. 18. 20:0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FM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목숨을 붇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

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

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

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

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

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

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

사내라는 허울 버리고

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

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

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

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

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

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내 목숨 묻은 적 있었네

 

- 주용일 시집 <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