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좋겠다 – 고운기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8. 24. 21:26

아래의 시는 8월 20일  화요일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좋겠다 고운기 시인

 

저물 무렵

먼 도시의 번호판을 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빠져나간다

 

가는 동안 밤을 맞더라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버스에 탄 사람 몇이 먼 도시의 눈빛처럼 보이는데

 

손님 드문 텅 빈 버스처럼 흐린 눈빛이라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집에는 옛날의 숟가락이 소담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