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주머니 속의 바다 - 정일근 시인현대시/한국시 2025. 11. 23. 19:22
오늘 KBS 라디오 클래식 FM의 《FM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주머니 속의 바다 - 정일근 시인
그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설마? 하고 물어보면 불쑥 주머니 속의 바다를 꺼내 보여준다
놀라지 마라, 그것은 마을의 아주 어린 꼬마 녀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제법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친구들은
사랑으로 외롭거나 쓸쓸할 때에는
손바닥위에 바다를 올려놓고 휘파람을 분다
아무래도 마을 어른들은 한 수 위다
흰 소수건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하얀 갈치 떼로 변하고
손금 위로 바다를 흐르게 하고 흐르는 바다 위에 섬을 띄운다
아주 오래 전 그 섬을 찾아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부까지 전해준다
떠나 오던 날 마을 사람들의 주섬주섬 챙겨 선물로 건네주던 바다
읽다만 시집 속에 곱게 접어온 바다
삶에 지칠 때, 누군가가 아득히 그리울때
나는 손바닥에 그 바다를 올려놓고 엽서를 쓴다
아침이면 사람과 함께 눈뜨는 바다
저녁이면 사람과 함께 잠드는 바다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바다를 나는 알고 있으니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초겨울 단상 - 한영옥 시인 (0) 2025.12.02 (시) 외로운 춤 – 박형준 시인 (0) 2025.11.26 (시) 낙엽 - 정현종 시인 (0) 2025.11.21 (시) 11월의 발길 - 마종기 시인 (0) 2025.11.20 (시)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 고선경 시인 (0)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