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새해의 기도 – 정호승 시인현대시/한국시 2026. 1. 4. 20:39
아래의 시는 며칠 전 KBS 클래식 FM 라디오《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과 같다.
새해의 기도 – 정호승 시인(1950-)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 주소서
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하게 해 주세요
용서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지 않게 해주소서
무엇보다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 조병화 시인 (0) 2026.01.07 (시) 소한(小寒) - 백무산 시인 (0) 2026.01.05 (시) 종소리, 그 긴 먹먹함 - 홍사성 시인 (0) 2025.12.28 (시) 비닐하우스 - 박성우 시인 (0) 2025.12.08 (시) 초겨울 단상 - 한영옥 시인 (0)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