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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잔설 속에 핀 꽃을 기림 – 배한봉 시인현대시/한국시 2026. 1. 23. 18:29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잔설 속에 핀 꽃을 기림 – 배한봉 시인
잔설 속에 노란 꽃 피어있었습니다
숲은 고요했고
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찬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던 나는
가만히 앉아 노란 꽃을 살펴보았습니다
뒤엉킨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은
그 꽃의 근사한 집이었습니다
썩어가면서 뿜어낸 훈기가
뿌리의 잠을 깨우고
꽃을 피우게 했던 것입니다.
첫 꽃봉오리를 내밀었을 때
괭이눈에게는
줄기 얼얼하게 만드는 냉기보다
외로움이 더 아팠을 것입니다
다른 풀보다 먼저 싹 내민
그 외로움 때문에
더 열심히 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숲은 고요했고
꽃 둘레에는 잔설이 녹아있었습니다
외로움의 힘이 피운 꽃
나무 사이, 한 줄기 햇빛에
동그랗게 눈뜬 비밀들
아, 나는
보일러 없이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게 겨울나는
집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 뒤부터 나는
그런 집들 모인 마을의 사람들이
종종 그리워졌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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