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있는 일 / 밝은하늘
2009/08/02(일)
뙤약볕 아래라 해서
꼭 따간 햇살을 받는 건 아니다
오전은 그늘 아래서
오후는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서
정원의 비온 뒤 무성해진 잡초를
손과 발로 모종삽으로
그리고 끝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걷어내었다
아무리 자리를 잘못 잡은 잡초라지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건 소심해서일까
여기저기에서 아이 징그러운
지렁이들이 꿈틀대며 짜증을 내었다
-날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얘야, 미안타 네 휴식을 방해해서
지렁이가 여전히 징그러운 나는
천상 좋은 정원사가 되기는 글렀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은 옷을 내 잘생긴 얼굴을
목을 팔다리를 골고루 적시고 적셔
흘러넘쳐 강물을 이루어
장백산 폭포수가 되어
콸콸 쏟아지고
피서객들은 그 폭포 밑에서
입을 헤 벌린 채
더위와 희롱하고 있다
지렁이 녀석들에게
마흔 다섯 번 사과하고
땀방울이 이천여덟 번 떨어지고 나니
작업은 스스로 알아서 종을 치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
보람의 향기가 전해짐을 감지한다
내가 오늘 뭘 했다고
만족과 보람을 보내나
뙤약볕 아래라 해서
꼭 따간 햇살을 받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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