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습작시

보람있는 일 / 밝은하늘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8. 4. 12:20

      보람있는 일 / 밝은하늘 2009/08/02(일) 뙤약볕 아래라 해서 꼭 따간 햇살을 받는 건 아니다 오전은 그늘 아래서 오후는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서 정원의 비온 뒤 무성해진 잡초를 손과 발로 모종삽으로 그리고 끝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걷어내었다 아무리 자리를 잘못 잡은 잡초라지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건 소심해서일까 여기저기에서 아이 징그러운 지렁이들이 꿈틀대며 짜증을 내었다 -날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얘야, 미안타 네 휴식을 방해해서 지렁이가 여전히 징그러운 나는 천상 좋은 정원사가 되기는 글렀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은 옷을 내 잘생긴 얼굴을 목을 팔다리를 골고루 적시고 적셔 흘러넘쳐 강물을 이루어 장백산 폭포수가 되어 콸콸 쏟아지고 피서객들은 그 폭포 밑에서 입을 헤 벌린 채 더위와 희롱하고 있다 지렁이 녀석들에게 마흔 다섯 번 사과하고 땀방울이 이천여덟 번 떨어지고 나니 작업은 스스로 알아서 종을 치고 가슴 저 밑바닥에서 보람의 향기가 전해짐을 감지한다 내가 오늘 뭘 했다고 만족과 보람을 보내나 뙤약볕 아래라 해서 꼭 따간 햇살을 받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