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습작시

백만 원짜리 저녁상 / 밝은 하늘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8. 12. 11:17

백만 원짜리 저녁상 / 밝은 하늘

2009/08/10(월)


동네 마트에서

계란 한 판은

일금 사천오백팔십 원이요

두부 한 모는

일금 사백 원인데

두 모이니

합이 일금 팔백 원이요

도토리 묵 한 모는

일금 천오백 원이요


-아따! 

-이만하면 됐어라!


저녁 해가

장마 뒤

무더위에

지친 몸 이끌고

터벅터벅

뒷산 너머로

돌아간 뒤


저녁상에 오른

두부조림 도토리묵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란찜 한 대접은

백만 원짜리

정성과 사랑의 식사

 

설명: 식사 준비하러 마트를 다녀오면서 날아온 글자들을 정리하여 본 것이다. 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반찬이름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글이 될 수 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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