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 이재무 시인(1958-)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숨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 밑 거무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ㅡ출처 : 시집 『저녁 6시』(창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