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 김언 시인(1973-)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져서 폭탄에 이른다 일 초는 일만 년의 폭발 순간은 영원을 뇌관으로 타들어 가는 심지 태아는 울고 태어나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세계를 고통스럽게 입에 담는다 보지 않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웅성거림과 차가운 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대기 죽음으로 대변되는 이 검은 색조의 밝은 별을 눈에 담기 위하여 잔해 위에 잔해를 쌓아 올리는 아이는 운다 출발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이 세계에서 물결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암흑에 다다를까 방금 전까지 잠잠하던 폭발이 한 점도 너무 넓은 세계를 흔들어 깨웠다 내가 돌아다녀야 할 곳이 아직도 남았다고 믿는 그 세계를 아이 혼자 담겨서 운다 무덤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요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