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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FM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런 사람이 있었네 - 주용일 시인(1964-2015) 목숨을 붇고 싶은 사람이 있었네오월 윤기나는 동백 이파리 같은 여자,지상 처음 듣는 목소리로 나를 당신이라 불러준,칠흑 같은 번뇌로 내 생 반짝이게 하던,그 여자에게 내 파릇한 생 묻고  싶은 적 있었네내게 보약이자 독이었던 여자, 첫눈에 반한  사랑 많았지만운명처럼 목숨 묻고  싶은 여자 하나뿐이었네사내라는 허울 버리고그 가슴에 생때같은 내 목숨 묻고 싶었네생의 전부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던,지금도 생각하면 기쁘고 서러운 여자,나를 처름 당신이라 불러주고내 흙가슴에 제 목숨 묻은 여자,언젠가 그 여자에게 나도 ..

현대시/한국시 2024.08.18

(시)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아래의 시는 지난 8월 16일 KBS FM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머위 – 문인수 시인(1945-2021)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현대시/한국시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