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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란 빛깔의 예봉산 감로주 글 / 수수밭길 (김용배) 여기요! 막걸리 말고 예봉산표 감로주 큰 거 한 병이요! 감로주 한 잔에 고들빼기 한점 휘젓고 두부김치 한 움큼 입속에서 놀아나는데 예봉산 감로주 한 모금에 실없는 웃음이 실없는 여유로움이 배어 나온다. 감로주 두 잔에 파김치 한점 제비뽑..
가을편지 / 고 은 (1933-)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다음 보내드려요 낙..
가을하늘-天高馬肥/미산 윤의섭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수수밭머리 코스모스 꽃길 비개인 풀밭위로 잠자리 날아간다. 구름을 치운 하늘 맑고 높아저 눌린 마음 펴고 말려 나는듯 펄렁이며 사색하리라. 2009.9.2. 詩作노트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사고도 바꾸게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름내 지루 ..
좋은 제목이란 어떤 것들인가 / 김영천 봄 밤이 점점 짧아저서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시려면 피곤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할 일 다 마치시고 이렇게 강의를 들으러 오신 그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 잘 쉬셨나요? 예, 그러면 우선 차 한 잔씩 나누기로 하지요. 어제 준비한 차가 식어버려..
9월이 오면 / 안도현 (1961-)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1929-)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
관계를 맺는다는 것 / 밝은 하늘 2009/08/31(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감정의 시소를 타는 것 이 말에 감동되어 그렇게 해보리라 맘먹고 귀가해서 형제에게 내 감정 혹은 부끄럽게 여기는 약점 포함해 전날 그리고 당일 강의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했더니 오늘 모임 때 다시 나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고..
가을 만나러 가는 길 / 밝은 하늘 2009/08/31(월) 팔월 마지막 하늘 맑은 낮 구름 한 점 없이 휑한 하늘의 푸른 버스 창밖으로 아싸, 눈이 다 부시다 눈이 다 시리다 저 하늘에 눈 씻고 발 씻고 뛰어 내린다 지금 님 만나러 가는 길인가 아니면 가을 만나러 가는 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