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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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詩) Mix a Pancake (1893)현대시/영시 2022. 10. 7. 18:37
"할 수만 있다면 세상도 뒤집어 보고 싶어요" 라는 말이 나오길래, 이 시의 원문을 검색했는데 다음과 같다. 한국어역은 아마도 마지막 6년을 그렇게 번역한 듯하다. 원문의 의미는 던진 팩케익을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이다. 라임은 3연 끝 단어 pan에 있고, 6연 끝 단어 can에 걸린다. 이 시는 아마도 내가 본 영시 중에 가장 짧은 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Mix a Pancake (1893) 팬케익을 반죽하세요 BY CHRISTINA ROSSETTI(1830-1894) Mix a pancake, Stir a pancake, Pop it in the pan; Fry the pancake, Toss the pancake— Catch it if you can. 팬케익을 반죽하세요 팬케익을 저으세요 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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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나머지 날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0. 1. 08:44
나머지 날 – 도종환 시인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아침 기도가 끝나면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고 못다 읽은 책을 읽으면 좋겠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 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 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 다람쥐 고라니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네 낮에는 씨감자를 심거나 남새밭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코스모스 모종과 구근을 심겠네 고요에서 한 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단풍드는 잎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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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9. 27. 22:39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시인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 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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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1952~)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9. 20. 23:38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1952~) 시인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