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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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루함 - 조병화 시인(1921-2003)현대시/한국시 2022. 1. 12. 13:38
오늘 일하다던 중 라디오에서 주현미 님이 소개한 걸 들었는데, 내용이 괜찮아서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 본 블로그에 올려본다. 기회가 닿으면 이 시가 실린 조병화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고 싶다. 지루함 – 조병화 시인(1921-2003)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너무나 먼 인생은 또한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오지 않는 인생은 더욱 더 지루할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생을 살려면 항상 생생히 살아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그 무엇을 스스로 찾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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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시 - 나태주 시인현대시/한국시 2021. 11. 19. 10:24
일하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 가 소개되었는데, 좋아서 전문을 인터넷에서 찾아 아래에 소개해본다. 두고 두고 읽고 싶다. 이런 시를 나도 쓰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시 / 나태주 시인(1945-)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난 후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에 대해 사소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모래의 낱 알갱이가 구르는 일도, 한 번의 물결이 일어나는 일도, 한 자락의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가는 일도 예사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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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1. 9. 16. 22:22
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시인 정치가에게 권력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부자들에게 돈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성직자에게 직위를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지식인에게 명성을 빼 보라 무엇이 남는가 빼 버리고 남은 그것이 바로 그다 그리하여 다시 나에게 영혼을 빼 보라 나에게 사랑을 빼 보라 나에게 정의를 빼 보라 그래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그래도 태연히 내가 살아간다면 나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박노해 시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1년 10월28일 목요일 덧붙임 좋은 책 많이 읽으려고 하지만 좋은 글로 발전하는 건 다른 문제이고, 이 역시 꾸준함이 필요하단 점 잘 알지만, 삶의 유혹들이 가만 나두지 않는다. 지천명을 넘어 이순으로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불혹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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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이준관현대시/한국시 2021. 8. 26. 14:34
비 -- 이준관 어렸을 때는 내 머리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비를 맞으면 해바라기 꽃처럼 쭉쭉 자랄 것 같았다 사랑을 할 때는 우산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둘이 우산을 받고 가면 우산 위에서 귓속말로 소곤소곤거리는 빗소리의 길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처음으로 집을 가졌을 때는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비가 좋았다 이제 더 젖지 않아도 될 나의 생 전망 좋은 방처럼 지붕 아래 방이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지금 딸과 함께 꽃씨를 심은 꽃밭에 내리는 비가 좋다 잠이 든 딸이 꽃씨처럼 자꾸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는 일이 행복하다 2021.7월호에서 옮겨 적음. 비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렇게 이쁘게 잘 적은 시인의 행복한 삶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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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옷 한 벌 -- 박일규현대시/한국시 2021. 8. 26. 14:25
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2021.4월호에 실렸는데 이곳에 모셔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