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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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듣는 사람 - 이시영 시인(1949-)현대시/한국시 2022. 4. 27. 19:39
듣는 사람 – 이시영 시인(1949-) 좋은 시인이란 어쩌면 듣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깊은 산 삭풍에 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놀라서 달음박질치는 다람쥐의 제재바른 발자국 소리도 조심조심 들을 수 있다 때론 벼락처럼 첨탑 높은 교회당을 때리는 야훼의 노한 음성도 어릴 적 볏짚 담 너머 키 작은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좋은 시인이란 그러므로 귀가 쫑긋 솟은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잉크병 얼어붙은 겨울밤 곱은 손 불며 이 모든 소리를 백지 위에 철필로 꾹꾹 눌러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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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Invictus 정복되지 않은 BY WILLIAM ERNEST HENLEY (1849-1903)현대시/영시 2022. 4. 20. 16:06
Invictus BY WILLIAM ERNEST HENLEY (1849-1903)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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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4. 19. 23:13
아래의 시(詩)도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좋아서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 보았다.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시인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하는 23년 8월 19일 추가 - 문학과지성 시인선 496 (2017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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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렇지 않더냐 - 오세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4. 19. 23:03
라디오 를 듣다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시인데 좋아서 인터넷을 찾아 전문을 찾았다. 이하는 그 시의 전문이다. 제목: 그렇지 않더냐 시인: 오세영 (1942-) 모든 추락하는 것들이 거듭나나니 땅에 떨어져 새싹을 틔우는 씨앗이 그렇지 않더냐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 위에서 뚝 떨어져 바닥에 나뒹구는 열매, 가문 허공에서 후드득 떨어져 흙을 적시는 빗방울, 아래로 아래로 미련없이 떨어지는 것들이 마침내 새 생명을 잉태하나니 어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라 탓할 수 있으랴, 모든 금간 것들이 또 새로운 세상을 여나니 깨져 자신을 버림으로써 싹 틔우는 씨앗이 그렇지 않더냐. 금 간 바위 틈새 사이로 빠끔히 내미는 난초꽃 대궁, 갈라진 구름 틈새로 화안히 내비치는 맑은 햇살, 한 생을 다스려 집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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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 시인(1949-)현대시/한국시 2022. 1. 28. 16:23
에 실린 시이다. 내용이 괜찮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구부러진 길 – 이준관(1949-)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시인 소개 이준관(1949년 10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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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 오세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1. 20. 11:20
휴대폰 – 오세영 시인(1942-) 창조는 자유에서 오고, 자유는 고독에서 오고, 고독은 비밀에서 오는 것 사랑하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일은 모두 숨어 하는 일인데 어디에도 비밀이 쉴 곳은 없다. 이제 거대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되었구나 각기 주어진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부르면 즉시 알몸으로 서야 하는 삶 혹시 가스실에 실려 가지 않을까 혹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까 혹시 인터넷에 띄워지지 않을까 네가 너의 비밀을 지키고 싶은 것처럼 아, 나도 보석 같은 나의 비밀 하나를 갖고 싶다 사랑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벨이 울리면 지체 없이 달려가야 할 나의 수용소 번호는 공일육 구공구 삼오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