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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그리스도 왕 대축일 복음 묵상아름다운 인생/종교 2023. 11. 26. 22:34
그리스도 왕 대축일 복음 묵상 본문은 마태오 복음 25장 31절부터 46절까지의 말씀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최후의 심판이다. 성경을 찾아보면, 오늘의 주제인 최후의 심판 이야기 앞에는 탈렌트의 비유가 등장하고, 그 앞에는 열 처녀의 비유가 나온다.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열 처녀의 비유, 탈렌트의 비유, 최후의 심판이다. 오늘 복음은 흥미롭게도 작년과 다르게 읽히는 점이 하나 있다. 오늘 복음을 통해 나는 다음과 같이 알아듣는다. 첫째, 굳이 무서운 표현인 ‘최후의 심판’이란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을 최종 평가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마도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가장 작은 이’에게 베푼 선행일 것이다. 가장 작은 이는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에서 도움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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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25. 12:35
소리 – 도종환 시인 걸음을 멈추고 나무 그늘로 들어서니 건넛산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웃옷 단추를 끄르니 엷은 바람이 손바닥으로 살을 쓰다듬으며 들어오고 걸음을 멈추고 저녁 하늘 올려다보니 음악학원 열린 창 틈을 빠져나온 첼로의 낮은 음이 바람의 활을 타고 내려와 귀를 적신다 내 목소리 너무 클 때는 빗소리 물결 소리도 안 들리더니 말을 멈추니 가까운 이의 한숨 소리에 섞여 있는 솔바람 소리도 들리고 가야 할 길만 생각할 때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멈추니 들린다 속도의 등을 타고 달릴 대 못 듣던 소리가 속도를 버리니 비로소 들린다 도종환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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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되기까지 - 천양희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25. 12:33
이처럼 되기까지 - 천양희 시인 복사꽃 지고 나면 천랑성별이 뜬다지요 아침 무지개는 서쪽에 뜨고 저녁 무지개는 동쪽에 뜬다지요 8초에 103음을 내면서 숲을 노래로 꽉 채우는 새가 있다지요 한 뿌리 여러 갈래인 나무에도 결이 있다지요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지요 누워 있던 땅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벌떡 일어선 것이 가로수라지요 잘못 자란 생각 끝에 꽃이 핀다지요 그것이 詩라지요 이 세상에 옛 애인은 없고 세상의 꽃은 모두 아슬아슬하다지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지요 사랑할 때 사랑하고 생각할 때 생각하라지요 가난에는 과거가 없고 간절함에는 놀라운 에너지가 있다지요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은 점덤 멀어진다지요 다음 어둠이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지요 이처럼 되기까지 인생은 얼마나 수고로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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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향신료(pumpkin spice)아름다운 인생/아름다운 삶 2023. 11. 25. 09:58
지인에게서 pumpkin spice를 받았는데, 내가 미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이게 뭔가싶어 궁금했다. 일단 스타벅스가 커피 회사라는 사실에서 커피 마실 때 쓰이는 뭔가이겠지 추측하며, 인터넷을 검색해 찾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영문을 구글 번역기로 돌린 후 가다듬었다. 사실, 난 스타벅스도 가지 않는 사람이라, 더욱 궁금했다. 알고 보니, 커피에 타서 마시는 향신료인데, 이름에는 호박이 들어가는데, 실제 이 향신료의 재료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링크: https://www.culinarynutrition.com/17-uses-for-pumpkin-spice-mix-and-how-to-make-it/ 호박 향신료는 무엇입니까? 호박 향신료가 영원히 존재해 온 것처럼 보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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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24. 14:42
꽃 지는 날 – 도종환 시인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도종환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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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음 - 김용국 시인(1952-)현대시/한국시 2023. 11. 24. 13:52
아래의 詩는 어제 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詩이다. 짧막하지만 의미심장해서 나는 이 詩가 좋다. 기울음 - 김용국 시인(1952-) 공기가 기울면 바람입니다 물이 기울면 파도입니다 땅이 기울면 산, 산맥입니다. 마음이 기울면 그리움 그리움이 기울면 당신입니다 시인 소개 김용국 시인은 1952년 보성에서 태어났다.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링크: http://www.chkorea.news/news/articleView.html?idxno=6005 날마다 해를 마신다 - 채널코리아뉴스 고향 보성에서 문학의 향기를 펼치는 김용국 시인을 만났다. 가벼운 악수였지만 수많은 접점이 생겼다. 김용국 시인은 1... www.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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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의 인터뷰 – 천양희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23. 22:21
일흔 살의 인터뷰 – 천양희 시인 나는 오늘 늦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세월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고 해는 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었냐고 입술에 바다를 물고 그가 물었을 때 나는 내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노을이며 파도며 다른 무엇인가 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늘 실패했거든요 정열의 상실은 주름살을 늘리고 서쪽은 노을로 물들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살았냐고 해송을 붙들고 그가 물었을 때 희망을 버리니까 살았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내일에 속는 것보다 세월에 속는 것이 나았거든요 꽃을 보고 슬픔을 극복하겠다고 기울어지는 해를 붙잡았습니다 당신은 어느 때 우느냐고 파도를 밀치며 그가 물었을 때 행복을 알고도 가지지 못할 때 운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보일까 말까 한 작은 간이역이 행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