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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름짜기 / 문병란
    현대시/한국시 2010. 5. 7. 09:49

    고름짜기 / 문병란

    어릴 적 고름이 든 종기를
    나는 아파서 끙끙대며
    만지기만 하고 짜지를 못했다.
    고름은 피가 썩은 것이고
    고름은 결코 살이 안 된다고
    어머님께선 감히 선언하셨다.
    손만 살짝 닿아도 엄살을 떠는 내게
    어머님께선 악창까지 나와야 낫는다고
    발끈 눌러 버렸다.


    전신의 충격, 눈알이 아리면서
    마침내 종기는 터지고
    피고름과 함께 뿌리가 뽑혔다.
    썩은 고름이 빠진 자리에
    새 살이 차고 다시 피가 돌고
    마침내 상처는 깨끗이 나았다.


    종기가 무서워 슬슬 만지며
    고름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겁쟁이
    살이 썩고 피가 썩고
    마침내 온 몸이 썩을 때까지
    우리는 아프다고 바라만 볼 것인가.


    슬슬 어루만지기나 하며
    거죽에 아까징끼나 바르며
    진정으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손길을 거부할 것인가.


    언제까지나 고름을 지니고
    이 악취 이 아픔을 견딜 것인가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어머님은 자꾸만 외치고 있구나!

    (1981)/ 문병란.

    이 시는 친구가 소개하여 준 시이다.

    이름은 여성같지만 남성인 시인이다.

    박찬호 선수가 좋아하는 <희망가>라는 시를 통해 알게 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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