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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 함민복 시인현대시/한국시 2013. 2. 27. 18:06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 함민복
바다가 보이는 그 집에 사내가 산다
어제 사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오늘 내리는 눈을 보았다
사내는 개를 기른다
개는 외로움을 컹컹 달래준다
사내와 개는 같은 밥을 따로 먹는다
개는 쇠줄에 묶여 있고
사내는 전화기줄에 묶여 있다
사내가 전화기줄에 당겨져 외출을 하면
개는 사내 생각에 매인다
집은 기다림
개의 기다림이 집을 지킨다
고드름 끝에 달이 맺히고
추척,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에 개가 찬 귀를 세운
몇
날
전화기 속 세상을 떠돌다 온 사내가 놀란다
기다림에 지친 개가 제 밥을 놓아
새를 기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제
바다가 보이는 그 집의 주인은 사내가 아니다 (P.26 )
-함민복 詩集,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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