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현대시) 부부 / 함민복 시인 (1962-)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3. 27. 23:14

 

 부부 / 함민복 (1962-)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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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니, 이 시는 저자가 미혼으로서 행했던 결혼주례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짤막하지만 의미심장한 글이라 이 곳에 옮겨 적어본다.

꼭 부부만 그런 건 아닐 게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면 그래야 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