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현대시)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시인 (1964-2015)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3. 31. 14:16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1964- 2015)

<꽃과 함께 식사>에서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

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

죄스럽게 꺾어왔다

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

외로움 때문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

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

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

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

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

둥글고 노란 꽃판도

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

꽃이 식탁에 앉고서부터

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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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어지기 위해 나는 무엇을 동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