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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문) 텃밭을 가꾸며
    현대시/작문 2019. 7. 21. 19:54

    텃밭을 가꾸며

     

    2019712

     

        오늘은 초복입니다. 얼마 전에는 낮에 온도가 30도를 넘어서 더웠지만 요 며칠 날씨가 흐리고 비가 간간이 내리니 덥지 않습니다.

       저희 집 텃밭에는 옥수수와 고구마와 상추 그리고 감자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텃밭 귀퉁이에는 어성초, 일본조팝나무, 영산홍이 자라고 있습니다.

       식용작물은 4월경에 심었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6월 들어서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다들 잘 자라는 중에도 비실비실한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감자입니다. 유난히 비실비실합니다. 땅에 아무리 거름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렇지, 어째서 이 녀석만 그런지, 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제 작은 텃밭에는 잡초를 뽑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고구마순이 밭을 거의 덮었고, 얼마 전부터는 키가 부쩍 자라 하늘을 찌르기 시작한 옥수수들이 멋진 수염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수염이 달리기 시작한 옥수수를 바라보는 노인처럼 하루의 낙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잡초를 뽑겠다고 허리를 겸손하게 숙이지 않아도 되니 허리 아플 일이 없어 좋습니다.

       5-6월에 아침저녁으로 잡초를 뽑겠다고 목장갑 끼고 아침에 반시간 저녁에 반시간 허리를 숙이고 나면 허리가 아파 조금 고생을 하다 보니, 반시간을 10분으로 줄이고, 중간 중간에 허리를 펴서 운동도 하며 제초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으니, 다 피땀을 흘린 수고의 결과입니다.

       하루라도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지 못하면 안타까울 정도로 녀석들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동물은 소리도 내고 안기며 애교를 부리지만, 식물들은 무뚝뚝한 경상도 낭군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자리를 지키다가 간혹 바람이 불 때만 살랑살랑 몸을 흔들 뿐 거의 움직임 없이 제자리 지키는 군영의 보초처럼 수확 때가 될 때까지 성장만 합니다.

       제가 말을 걸어도 직접 소리를 내어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얘들아, 잘 자라렴!”하고 말을 걸어주곤 합니다. 이들이 비록 대답은 안 해도, 제 말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은 해봅니다.

       언제 이렇게 녀석들이 자랐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생명이란 신비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순진무구한 생명은 인간의 세심 어린 돌봄이 필요할 때도 있고 또 따로 특별한 돌봄이 필요하지 않아도 잘 자라기도 합니다.

       오늘날, 소비가 미덕이 되어버리고 많은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저는 몇 개월간 작은 텃밭을 가꾸며 몇 가지 인생의 교훈을 얻습니다.

       첫째,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것이고, 그 생명을 돌보기 위해선 때때로 약간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텃밭 대신 애완동물을 돌볼 때도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둘째, 흙과 식물을 만지며 자연과 함께 할 때 그 시간만큼은 머리가 맑아집니다. 일체의 근심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입니다.

       셋째, 잡초의 생명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대단합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성장하기 척박한 터에서도 자라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시련에 직면할 때마다 잡초의 이 생명력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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