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자장가 – 이향아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12. 28. 10:34

자장가 이향아 시인

 

어미 냄새 치마폭에 몇 알 감싸서

잠드는 어린 것들 이마 위에 얹는다

세세한 훈풍, 둥지에 가득 일어

혼자 떠나는 꿈길에도

길 잃지 말아라

 

잠나라 건널목의 파수꾼이여,

겁 많은 하린,

말 않는 환이,

꾀없는 준이입니다

아롱이 다롱이 한 소쿠리

소란한 밤톨들입니다

어둡지 않게 하소서

어미들의 젖은 신을 벗겨 주시고

그 손금마다 몇 다발씩 능금꽃을 피우소서

 

마늘 냄새 탱자냄새 행구는 물냄새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치자꽃 냄새

내 엄마 행주치마 끄집어 내어

나도 어미 냄새 몇 알 감싸다

잠든 애들 머리카락

갈피마다 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