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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서서 보다 / 정희성 (1945-)현대시/한국시 2009. 6. 13. 14:42
<물구나무서서 보다> / 정희성 시인 (1945-)
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집 없는 시민들이 시위하다 불타 죽은 아침
억울해 울면서 항복하듯 다리를 들고
팔목이 시도록 맨손으로 우리는
이 땅을 디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난이 제 탓만도 아닌데
우리들의 시대는 집이 헐린 채
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도심 속의 테러리스트라 부르고 있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 사람들한테 쫓겨 가자 지구로 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요르단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소년은
언젠가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장난감 총을 들고 전사의 꿈을 키우고 잇고
아마 머지않아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이상한 나라의
황혼이 짙어지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날기 시작하고
지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죄를 지어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
촛불을 들고 어두운 감옥으로 가리라
감옥 밖이 차라리 감옥인 세상이기에'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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