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완행 버스 – 임길택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3. 09:40

오늘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2004년에 세상에 빛을 본 시이다. 소박한 내용이지만 울림이 있는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시이다.

 

완행 버스 임길택 시인

 

 

아버지가 손을 흔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 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 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