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전해다오 - 오영재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3. 10:19

아래의 시는 안도현 시인의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에서 "주름"이란 시 속에서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 시인을 알게 되었다. 이분이 남북작가회담에 북한 대표로 참가했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당시 심정을 표현한 시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전해다오 - 오영재 시인

 

자리가 비어 있구나

고은 신경림 백락청 현기영 김진경

그리고 간절히 우리를 청해놓고

오지 못하는 사람들

하나 우리는 나무라지 않으마

그것을 나무라기에는

가슴이 너무도 아프고

터지는 듯 분하구나

지금쯤 어느 저지선을 헤치느라

온몸이 찢기어 피를 흘리고 있느냐

애국의 뜨거운 가슴을 열고

그들이 달려오는 길을

그 누가 가로막았느냐

아 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오가는 바람아

떠가는 흰구름아

우리의 이 목소리를 실어가다오

그리고 전해다오

오늘은 우리 돌아서 가지만

마음만은 여기 판문점

이 회담장의 책상 위에 얹어 놓고

간다고

정의와 량심의 필봉을 높이 들고

통일의 길을 함께 갈

그 날을 기어이 함께 찾자고

바람아 구름아 전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