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23. 10:18

아래의 시는 오늘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넉넉한 마음 김재진 시인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맹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