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눈뜬 장님 – 오탁번 시인(194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1. 22:3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눈뜬 장님 오탁번 시인(1943-)

 

연애할 때는 예쁜 것만 보였다

결혼한 뒤에는 예쁜 것 미운 것

반반씩 보였다

 

1020년이 되니

예쁜 것은 잘 안보였다

 

3040년이 지나니

미운 것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눈뜬 장님이 되었다

 

아내는 해가 갈수록

눈이 점점 밝아지나 보다

 

지난 날이 빤히 보이는지

몇 십년 전 내 구린 짓 까발리며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장님이 된 노약자한테

그러면 못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