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오이 밭 – 박화목 시인(1924-2005)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20. 09:47

아래의 시는 어제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오이 밭 박화목 시인

 

희미해지는 내

어릴 적 추억에서

지금도 설명하야 잊을 수 없는 것은

달밤 오이 밭에 같이 앉아 오이를 따먹으며

나의 손을 고옥 쥐던 순이의 얼굴이었다

이 밤도 달빛은 의구히 환 하노니

아해처럼 오이를 한입 물었으나

잠시 미각을 잊고

잠시 추억에 잠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