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20. 18:32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아들의 나비 전윤호 시인(1964-)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수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걸음을 지탱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