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논두렁에 서서 – 이성선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5. 24. 10:51

아래의 시는 어제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논두렁에 서서 이성선 시인

 

갈아 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