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인문학

(인문학) 토지4의 명문장: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0. 4. 22:56

요즘 뉴스에 자꾸 여사라는 분에 관한 얘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연히 아래의 구절을 읽다가 그 말이 많은 여사라는 분이 떠올랐다. 박경리 선생의 악에 관한 통찰은 너무 예리하고, 정확한 거 같아, 나로선 놀라울 정도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담겨 있는 명문장이 아닐 수 없다. 

 

토지4(1부 4권) 365쪽

제5편

16장 악(惡)은 악(惡)을 기피하는 法이다

어리석은 삼수. 그가 아무리 악독하다 한들 악의 생리를 몰랐다면 어리석었다 할밖에 없다.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악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을 해칠 함정을 파놓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궁극에 가서 악은 삼수가 지닌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왜냐, 악이란 정신적 욕망에서든 물질적 욕망에서든 간에 그릇된 정열이어서 우둔할밖에 없고 찢어발길 수 있는 허위의 의상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