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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 13권 명언: 애국심이나 국수주의는 출발에서 아름다우나 강해지면 추악해진다사람되기/인문학 2024. 12. 5. 20:34
토지 13권 명언460쪽애국심이나 국수주의는 출발에 있어서 아름답고 도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강해지면 질수록 추악해지고 비도덕적으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게다. 빼앗긴 자나 잃은 자가 원망하고 증오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또 민족주의를 구심점으로 삼는 것은 비장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도끼 들고 강탈한 자의 애국심, 민족주의는 일종의 호도 합리화에 불과하고 진실과는 관계가 없어. 흔히들 국가와 국가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엔 휴머니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하지. 그 말은 국가나 민족을 업고서 저지르는 도둑질이나 살인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과도 통한다. 하여 사람들은 얼굴 없는 하수인, 동물적인 광란에도 수치심 죄의식이 없게 된다. 군중은 강력하지만 군중 속의 개인들은 무책임하고 방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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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젊은 날의 초상 - 송수권현대시/한국시 2024. 12. 5. 20:24
아래의 시는 12월 2일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젊은 날의 초상 - 송수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사람은 행복하다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슬픔을나누는 것은 행복하다더 주고 싶어도 끝내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도 젊은날을 헤매인 사람은 행복하다오랜 밤의 고통 끝에 폭설로 지는 겨울밤을그대 창문의 겨울밤을 떠나지 못하는한 사내의 그림자는 행복하다그대 가슴속에 영원히 무덤을 파고 간 사람은더욱 행복하다아, 젊은 날의 고뇌의 방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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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빨간 우체통 앞에서 - 신현정현대시/한국시 2024. 12. 5. 20:21
아래의 시는 11월 27일(?)인가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 신현정 새를 띄우려고 우체통까지 가서는 그냥 왔다오후 3시 정각이 분명했지만 그냥 왔다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냥 왔다난 혓바닥을 넓게 해 우표를 붙였지만 그냥 왔다논병아리로라도 부화할 것 같았지만 그냥 왔다주소도 우편번호도 몇 번을 확인했다 그냥 왔다그대여 나의 그대여 그 자리에서 냉큼 발길을 돌려서 왔다우체통은 빨갛게 달아올랐다알껍데기를 톡톡 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왔다그대여 나의 새여 하늘은 그리도 푸르렀건만 그냥 왔다새를 조각조각 찢어버리려다가새를 품에 꼬옥 보듬어 안고 그냥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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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小雪) - 정양(1942-)현대시/한국시 2024. 12. 5. 20:17
아래의 시는 지난 11월 22일 금요일 KBS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이날이 마침 소설이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소설(小雪) - 정양(1942-) 햇살이 비쳐도 하늘에더 이상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찬바람이 하얀 눈 장만하느라천둥도 번개도 무지개도 다 걷어 먹었기 때문이다그렇게 빚은 하얀 꿈들이 얼마나 강물에 빠져 죽어야하늘에 다시 무지개가 뜨는 건지산마루에 산기슭에 희끗거리며바람은 자꾸 강물 쪽으로만 눈보라를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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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닥 - 문태준현대시/한국시 2024. 11. 20. 22:25
아래의 시는 오늘 KBS 라디오 Classic 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소개되었다. 저녁 먹고 산보를 하면서 들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닥 -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떨어지는 가랑잎이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그대가 나에게몸이 몸을 만질 때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가랑잎이 지는데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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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이 있는 풍경 - 윤수천현대시/한국시 2024. 11. 20. 11:38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93.1 MHz KBS FM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산이 있는 풍경 - 윤수천 산을 내려갈 때에는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고개도 숙여야 한다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산이 보여주려는 것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것을 보여주려고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오라 오라 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