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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시 봄, 봄/한기팔 시인 윤준경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모셔왔습니다. http://blog.naver.com/june7590/120068114730
아래의 시는 시인 윤준경 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모셔왔습니다. 아내의 문신 / 박완호 http://blog.naver.com/june7590/120035656481
여자(女子)의 냄새 / 김소월 (1902-1934)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靈)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
여수역 / 정호승 (1950-)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봄날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가 동백꽃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가을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는 오동도 바다 위를 계속 달린다 다시 봄날에 기차를 탁 여수역에 내리면 동백꽃이 기차가 디어버린다
여관집 마나님 / 이생진 (1929- )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에서 “어딜 가십니껴?” “바다 보러 갑니다” “방금 갔다오고 또 가십니껴?” “또 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밤새 들락날락 바다를 보았다 알몸인 바다가 차가운 바깥에서 어떻게 자는가 밤새 들락날락 바다를 보았다
어떤 연인들 / 도종환 (1954-) <접시꽃당신> 중에서 동량역까지 오는 동안 굴은 길었다 남자는 하나 남은 자리에 여자를 앉히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꼬느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남자는 어깨를 기울여 그것들을 읽고 있었다 스물 여섯 일곱쯤 되었을까 남자의 뽀얀 의수..
어디서 왔을까, 네 이름은 / 강인한 (1944-) 빗방울 하나가 돌멩이 위에 떨어진다. 가만히 돌 속으로 걸어가는 비의 혼, 보이지 않는 얼룩 하나, 햇볕 아래 마른 돌멩이 위에서 지워진다 어디서 왔을까, 네 이름은 내 가슴 속에 젖어 물빛 반짝이다가 얼룩처럼 지워져버린 네 이름은. 빗방울 하나가 돌멩이..
어두워진다는 것 / 나희덕 (1966-)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 채를 들여다보듯이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 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고 나무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