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
(시)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5. 9. 14:11
아래의 시는 1960년에 김수영 시인이 외세가 한반도에서 떠나기를 바라며 쓴 시이다. 가다오 나가다오 - 김수영 시인 이유는 없다---나가다오 너희들 다 나가다오너희들 미국인 소련인은 하루바삐 나가다오말갛게 행주질한 비어홀의 카운터에돈을 거둬들인 카운터 위에적막이 오듯이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것은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고돈을 내면 또 거둬들이는 돈을 내면또 거둬들이는석양에 비쳐 눈부신 카운터 같기도 한 것이니이유는 없다---가다오 너희들의 고장으로 소박하게 가다오너희들 미국인과 소련인은 하루바삐 가다오미국인과 소련인은 ‘나가다오’와 ‘가다오’의 차이가 있을 뿐말갛게 개인 글 모르는 백성들의 마음에는‘미국인’과 ‘소련인’도 똑같은 놈들가다오 가다오‘4월 혁명’이 끝나고 또 시작..
-
(시)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1921-1968)현대시/한국시 2024. 5. 9. 13:51
김수영 시인에 관한 책을 보다가 아래 시가 소개되어 전문을 검색하였다. 다음과 같다. 상당히 긴 편이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조용히 개굴창에 넣고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기념탑을 세우자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동회란 동회에서 시청이란 시청에서회사란 회사에서××단체에서 ○○협회에서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양화점에서무역상에..
-
(시)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시인(1921-1968)현대시/한국시 2024. 5. 9. 13:40
아래의 시는 을 읽다가, 이 책에서 언급된 시이다.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시인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요릿집엘 들어가고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영화관에도 가고애교도 있다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우리들의 전선(戰線)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우리들 전선은..
-
(시) 안부 – 김시천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5. 7. 17:53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안부 – 김시천 시인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일일이 묻고 싶다
-
(시) 그 마음자리 – 김시천 시인(1956-)현대시/한국시 2024. 5. 3. 10:5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시이다. 그 마음자리 – 김시천 시인(1956-) 칼도 써먹지 않으면녹이 스는 법이니라네 맘도 닫아걸면바로 폐가이려니사랑이라는 게 별거더냐제 마음 다 열어그냥 주고 마는 게지아서라,그 마음자리 아니거든문 닫고 도로 누워라- 시집 "마침내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 중에서 - ■시인 소개■56년 충북 청주 출생.시집 "청풍으로 살던 나무"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등
-
(시) 오월 연가 – 김남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4. 5. 3. 10:40
아래의 시는 그저께(5월 1알)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오월 연가 – 김남조 시인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 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 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