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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 / 최규장 <똥에 대한 기억> 중에서 나무에게는 무엇인가가 있다. 무성한 잎과 스스로 뽐내는 꽃과 여름을 이겨낸 탐스런 열매가 있다. 나무는 푸른 하늘을 향해 한껏 발돋움을 한다. 그러나 이상하다. 하늘과 가까운 잎은 한결같이 푸르지 못하고 꽃도 피우지 못하고 열매도 쉽게 맺지 못한..
나무 / 김년균 (1942-)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나무를 심지만 사랑에 눈뜬 사람은 더욱 흔들리는 나무를 심어 한갓진 겨울에 가거나 억새풀 우거진 오솔길 또는 어둠들이 쌓이는 산이나 바다 어디에 가든 그곳은 사랑의 마음을 아는 듯 어제의 생각을 눕히고 흔들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허공에 떠 있는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황동규 (1938-)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아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보이고 ..
나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 박의상 나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른 새벽 꽃밭이었다 물을 한 잔 들고 있었다 꽃 한 포기에 그 물을 주고 있었다 주면서 반짝 웃고 있었다 그리곤 갔다 해가 떴다
끊을 수 없다 / 이생진 (1929-)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성산포에서는 끊어도 이어지는 바다 앞에서 칼을 갈 수 없다
꿈같은 친구 / 유안진(1941-)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
꽃 지는 저녁 / 정호승 (1950-)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꽃에게 / 김동환 (1901-1958) 오랜 열병 끝에 솟아난 그리움의 지문 사랑이여 함부로 지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