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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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시인(1948-)현대시/한국시 2023. 12. 28. 21:40
아래의 詩는 오늘 읽은 詩이다.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시인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 마음산책에서 2011년 펴낸 에서 나오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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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수영(金洙瑛)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 김영태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22. 22:58
아래의 시는 "저녁 미사곡"이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은 단어 때문에 여기에 소개한다. 김영태라는 시인은 한번도 그의 시를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 시가 김영태 시인의 시 가운데 처음 만나는 시인데, 범상치 않다. 아마도 이 시인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무튼 "저녁 미사곡"이란 표현에서 뭔가 클래식 음악 같고, 富티나는 거 같고, 아무튼 그런 느낌과 김수영 시인이란 분에 대해 더욱 궁금함이 생겼다. 김수영(金洙瑛)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 김영태 시인 六月(6월) 十六日(16일)은 그대의 祭日(제일)이다 花園(화원)에 가도 마음 달랠 꽃이 없어 나는 徒步(도보)로 그대, 무덤 곁으로 간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駱駝(낙타)처럼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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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개평 같은 덤 같은 – 임영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22. 10:42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소개된 詩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개평 같은 덤 같은 – 임영조 시인 내 나이 딱 오십이 되면 밥 빌던 직장을 그만두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또 했다, 한데 막상 쉰이 다 돼가는 어느 날 본 나이로 할까, 호적 나이로 할까 호적 나이라면 아직 이태나 남았는데 치사한 잔머리를 굴리다 예라! 본 나이 오십에 밥숟갈을 던졌다 어느새 나도 이태 후면 환갑이다 호적 나이로 치면 네 해나 남았다 갑년이라면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눈과 귀가 순해져야 할 텐데 나는 아직 눈이 바빠 탈이다 귀가 여려 탈이다 본 나이와 호적 나이 사이에 라일락꽃 흐드러진 봄이 오가고 한여름 매미 소리 귀를 찢는데 나는 아직 바쁜데 이를 어쩌나? 본 나이로 칠까 호적 나이로 갈까 망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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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병화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20. 10:29
아래의 詩는 오늘 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詩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병화 시인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