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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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9:56
아래의 詩는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는 詩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詩는 예전에 방영된 공유와 김고은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드라마 에서 소개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드라마에서 공유가 낭송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의 물리학이란 제목도 그렇거니와 내용도 신선해서 대략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검색해보니, 2016년 12월 2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드라마에서는 공유가 김고은을 생각하면서 아래의 詩를 낭송한다. 링크: https://youtu.be/cDSE6jzt09c?si=ykbRLgqGmBegFq7U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시인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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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새아침의 기도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6:01
새아침의 기도 – 김종해 시인 아버지 새날로 시작되는 오늘 새 아침 깨끗한 희망 한 접시 햇살 한 접시 공기 한 접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게 하소서 가장 소박한 것의 은혜를 크게 깨닫게 해주시고 어제의 풀어지고 느슨한 나사를 오늘은 꼭꼭 죄어주소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의 어깨 위에 기쁨과 보람을 더 얹어 주소서 우리 살아가는 일의 중심이 평범한 자의 행복에 있음을 치중해 주소서 슬픔이 있는 날 괴로움이 있는 날을 지내온 사람에게 더 큰 행운을 적용해 주소서 아버지, 하늘을 주시고 빛을 주시어 더 바랄 것이 없는 새날로시작되는 오늘 아침, 당신을 찬송하기에는 우리의 식탁에 너무나 빈 접시가 많이 놓여 있음을 당신은 보소서 우리 살아가는 일의 비바람 불고 천둥 번개치는 날은 견딜 수 있지만, 하늘에서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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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5:52
위 사진이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의 詩 이 환삼덩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삼덩굴이나 환삼덩굴 다 같은 말로 쓰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가 바로 이 환삼덩굴이다. 금년에 텃밭을 정성 드려 가꾸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잡초의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 놈의 이름이 글쎄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은 이 환삼덩굴을 주제로 시를 써서 다음과 같은 詩가 탄생되었다.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 지난 여름 내내 내 텃밭을 괴롭혔던 잡초의 얼굴을 드디어 식물도감에서 찾아내었다.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놈은 내가 가꾸는 텃밭뿐만 아니라 내 삶의 비탈, 어느 둔덕이나 뒤안길에서도 사사건건 덩굴손을 뻗으며 가시를 돋웠다. 결박하였다. 꿈길에서조차 내 발목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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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작법 - 천양희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7. 12:04
시작법 – 천양희 시인 구름과 비는 짧은 바람에서 생겨나고 긴 강은 얕은 물에서 시작된다 모든 시작들은 나아감으로 되돌릴 수 없고 되풀이는 모든 시작(詩作)의적이므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 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面)이 아니란 걸 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라는 걸 알게 된다 내면에서 신비롭게 걸어 나온 말맛들! 말의 맛으로 쓸 수 없는 것을 위해 쓴다고 반복해서 말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혼자 걸을 때 발걸음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이미 쓴 것들은 써봐야 소용없고 이미 잘못 쓴 문장들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 무슨 작법으로 자연을 받아쓰고 무슨 독법으로 사람을 받아 읽기나 할까 모든 살아 있는 시의 비결은 시작에 있다고? 시작의 비결은 어떤 복잡한 문장이라도 짧은 줄로 나누어 첫 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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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 이성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7. 11:59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에서 소개된 시이다. 산길에서 - 이성부 시인 이 길을 만든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조릿대 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 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