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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 김동주(?) 누가 놓고 간 등불인가 서편 하늘 높이 천년 숨어 온 불덩인가 속살로만 타오르다 피어 난 하늘의 꽃등 먼 길을 가는 나그네 여기 멈추어 부드러운 네 치맛자락을 보듬고 밤을 뒹군다 별빛마저 무색한 밤 오늘도 내 키보다 둥실 높이 떠서, 끝내 눈을 감지 못하는 성녀 ..
도라지꽃 / 송태옥 보라빛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둠의 나날을 땅 속에서 지내고 새순이 돋자 이슬을 맞아가며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당신에게 드릴 말을 내 안에 키웠어요 새잎을 하나씩 틔어가며 건넬 말을 키웠어요 한 잎 한 잎 고개를 내밀 때마다 내 말은 자..
뿌리 나온 나무 / 서윤주 (시민 공모작) 괜찮은 척 하지만 전 괜찮지 않습니다. 안 아픈 척 하지만 전 정말 아픕니다 당신도 나와 같다면 서로 어깨를 기대이고 싶습니다 서로의 뿌리가 되어 하나의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나의 한 송이 / 김동환 나의 정원에 봄이 왔다 백송이 이름 모를 꽃이 피면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춘다 그 중 나를 사로잡은 한 송이 나의 정원에 봄이 왔다
사랑 / 문무학 “사람”과 “사랑”은 글자가 서로 달라 사람이 사랑하는 법 넌지시 알려준다 “사람”의 모난 받침을 어루만져 “사랑”이라고
사랑의 힘 1 / 김종희 우리가 지상에서 머무는 시간이 비록 잠깐이지만 어둠을 몰아내고 평안을 누리며 빛으로 사는 동안 서로를 비추어 위로하고 어두운 길을 밝히던 그 환한 빛은 아름다운 환을 이루며 지상을 떠날 때 그 파장을 바꾸며 한없는 힘이 되어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스며들..
만월 / 김초혜 달밤이면 살아온 날들이 다 그립다 만리가 그대와 나 사이에 있어도 한마음으로 달은 뜬다 오늘밤은 잊으며 잊혀지며 사는 일이 달빛에 한 생각으로 섞인다
사는 게 바람이다(2) / 이영순 (시민 공모작) 헐떡거린 생의 무늬에서 꿈도 사랑도 다 바람이더라 그리워하고 아픈 마음도 고운 바람으로 물들고 싶은데 가슴 뭉클한 속삭임도 산을 넘으면 등뒤를 밀던 바람이고 해질녘 석양을 건너던 그리움도 돌아보면 다 바람이더라 색색으로 물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