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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 박공수 시인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게 아니라 그 벽에 창을 내는 일이려니 우리, 벽을 허물지는 말고 예쁜 창을 내도록 해요 서로의 그리움이 통하다 보면 우리들 사랑도 싹트겠지요 창으로 해서 벽은 더욱 신비해지고 벽으로 하여 창은 더욱 빛이 나네 아..
뱃노래 / 이원엽 배를 타고 떠난다. 조각배 타고 홀로 떠난다. 흐르는 물만이 배를 이끌고, 나는 물 한 조각 기억하고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지만. 흐른 물은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내 곁에 남은 것 흐르는 한줌 물 오직 흐르는 한줌 인연인 걸 알았고. 내 곁에 남았던 한줌 물이 순에서 이내 ..
밝은 하늘: 이 시는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 온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 상의 시이다. 새벽달 / 김동수 시인(1946-) 누가 놓고 간 등불인가 서편 하늘 높이 천년 숨어 온 불덩인가 속살로만 타오르다 피어 난 하늘의 꽃등 먼 길을 가는 나그네 여기 멈추어 부드러운 네 치맛자락을 보듬고 밤을..
출처: http://cafe.daum.net/kangmulpoem/8f7v/518 월경 / 전은행 한달에 한번 실패한 사랑의 증거가 붉은 동백꽃으로 떨어진다 뚝뚝 붉게 떨어지는 동백꽃을 줍노라면 실패한 내 사랑이 위대하다 붉디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다 하얀 속옷을 적시며 뚝뚝 떨어진다 실패한 사랑 끝까지 가보지 못한..
호수 / 남혜란 시인 퐁당 퐁당 내 마음 속 너 빠져있네 숨기려해도 아닌듯해도 해맑은 모습에 다 보인다
대학 시절 / 기형도 시인 (1960-1989)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엄마 걱정 / 기형도 시인 (1960-1989)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
성체조배 / 기형도 시인(1960-1989) 꽃이 물을 만나 물의 꽃이 되듯 물이 꽃을 만나 꽃의 물이 되듯 밤하늘이 별을 만나 별의 밤하늘이 되듯 별이 밤하늘을 만나 밤하늘의 별이 되듯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내가 되듯 당신이 나를 만나 나의 당신이 되듯